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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정연순-어린이집 도우미[2022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수기 공모 장려상]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22-12-16 14:52:30 | 조회수 : 239

노을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어린이집 도우미 정연순


작년에 고운 빛깔로 명작을 남기고 떠났던 그 가을이 계절이 바뀌어 또다시 찾아 왔다.

아침이다. 쌀쌀한 느낌에 옷깃을 세우고 종종걸음으로 일터로 향한다.

안녕하셔요~ 애들을 등원시키는 엄마, 아빠들께 웃으면서 인사하고, 지우야 안녕! 수빈이는 오늘 더 예쁘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열심히 찾아 하다보면 식사 준비가 끝나고 똘망똘망 눈망울들이 기다리는 아가야들 방에 식판을 들고 들어가면 할머니~ 하고

두팔을 높이 들고 흔들며 소리를 지르고, 할머니 친구가 꼬집었어요 하며 옆구리를 가리킨다.

여기 저기 시끌벅적 난리통 북새통이다.

밥 잘먹는 어린이가 착한 어린이지요? 하면 네~~한다. 얼마나 귀여운지 그들에게서 나는 힘을 얻는다.

때때로 기쁘고 행복해서 서부시니어클럽을 향해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어린이집 안은 항상 화~안하다.

모두가 생글 생글 방실 방실, 원장님으로부터 여러 선생님들 다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임무가 끝나면 가벼운 맘으로 우리집 대문을 들어건다.

금목서꽃향기가 한마당 기다렸다는 듯이 내 온몸을 감싼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시며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 이 기분좋은 꽃향기~

피로가 싸~악 가신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는법. 나도 마음의 온도를 높이자 생각했다.


먼저 연세 높은 두 언니가 생각 났다.

90세인 큰 언니. 87세인 작은 언니. 두분의 오빠도 있다.

시간상 거리상 코로나 후유증으로 입맛을 잃었다는 작은 언니께 전화를 걸었다.

외롭고 보고싶고, 기다림이 늘 마음 속 깉은 곳에 잠재해 있을 노인들. 이것 저것 챙겨 바쁘게 나섰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양지바른 모퉁이에서 이제나 저제나 일찍나와 기다리던 야위디 야윈 노인이 일어서며 반긴다.

베지밀도 마시고, 바나나도 까먹고, 배 부르다며 갈비탕은 저녁에 팔팔 끓여 밥 말아 맛있게 먹을게 하시며 웃는 얼굴은 자글 자글 얼굴 주름이 밭 고랑이다.

노인들은 같은 음식이 집에 있어도 귀찮다고 먹기 싫다고 안챙기신다.

을 담아 집어준 음식이라서인지 입맛있는 사람처럼 이것 저것 드시고 동생이 시니어클럽에서 일을 하니 맛있는 것도 많이 사다주고,

내가 덕을 보네. 오늘은 배가 불숙 일어났다 하시며 기분좋아 하시는 모습을 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진작 못 찾아 뵌게 미안해진다.

그리고 연탄 시인의 싯귀가 떠오른다.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너는 언제 누굴 따뜻하게 해준적 있느냐..”

마음은 있어도 손에 쥔게 없어서 못나선 적도 많았지만 이젠 나도 일을 하니 마음이 부자다.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형제들이 있다면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족하여 음식을 넘길 수 있을 때 물 한잔이라도 내 손으로 대접하는 것이

바로 사는 삶이라는 것을 다시 또 깨달았다.

부모님께 효도 못한 후회로 울것이 아니라, 우애 있게 지내라고 부탁하시던 어머니.

그 어머님의 간절한 소망을 시니어클럽에서 내 마음속에 심어준 것이다.

앞으로 힘들고 그늘진 곳을 찾아 내 작은 손길로 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는 절약 정신으로 살았기에 아끼고 모아서 자신보다는 주위를 살피고 배려하는 생활로 이어져 왔다.

전국 노인 일자리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숫자가 얼마이며 노력의 댓가로 받는 보수 속에서 생명수로, 촛불로, 소금의 역할로

따스한 이 웃음의 이 소주들 용돈주는 기쁨보다 더 크게 많이 퍼져나가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내 인생 후반기에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첫째 : 시니어클럽에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둘째 : 어린이집에서 어린 천사들을 보며 일할 때.

셋째 : 통장에 입금된(노인일자리에서) 돈으로, 가치있게 쓸때가 내 삶에 길이 남을 좋은 여사이고, 행복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우렁이 껍질이 되어 도랑물 수초속에 걸려 있는 나를 시니어클럽에서 건져 살이 붙고 숨을 쉬는 순간이다.

일이 주는 건강과 경제적 여유도 왔다.

이렇게 좋은 일이 계속 지속 되었으면 좋겠지만, 내년에는 노인 일자리를 줄인다는 방송을 듣고 한국의 노인 고용 시장은 절망 뿐이구나 싶었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이란 책을 보면 한국의 노인들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나도 그 기길을 따라야 하나 싶어 서글퍼진다.

죽음은 먼 거리에 있는 줄 알았는데 몇일 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중 놀랐다. 이미 내 손엔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란 책이 쥐어져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아직은 건강한데 열심히 일해서 황혼빛, 밑자락 노을에서 아름다운 을 키우며 나누며 품격 높은 마지막 10년이 다 되었으면 참 좋겠다.

진주서부시니어클럽의 번창과 관장님 이하 사무실에서 근무 하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