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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2021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수기 공모 출품작] 실버방범대사업 하정홍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21-12-16 11:57:53 | 조회수 :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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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란 조끼

아주 소중한 조끼가 생겼습니다. 그 조끼는 저에게 활력을 주고 건강을 주고 함께 할 친구를 만들어 주는 조끼입니다. 그 조끼 색깔은 맑은 노란색입니다. 저는 하루 중 오후시간이 제일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오후 시간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이 되면 그 노란 조끼를 입고 모자를 쓰고 실버방범대원이라는 사회적인 지위를 세상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에게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을 하지 못했던 지난해 초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비가 와서 못 나가는 날도 그리고 한달 일수를 다 채워서 못 나가는 날도 힘이 빠집니다.

저는 제 젊음을 바치고 30년이상 근무한 직장을 IMF사태로 인해 구조조정으로 정년을 몇 년 앞두고 나왔습니다. 젊은 사람보다는 제가 그만 두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가족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결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제가 무기력 해졌습니다. 거기다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은 것을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으로 쓰고 보니 경제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지킴이 생활도 했지만 나이가 많아지자 그 일도 계속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진주서부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실버방범대원이 되었습니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활동을 합니다.

실버방범대원이 되어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나 공원에 휴지를 줍고, 풀도 뽑고 뿌려 놓은 전단지와 불법으로 부착해 놓은 유인물도 제거하며 지역 환경을 깨끗이 합니다. 깨끗이 청소를 끝내고 나면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계속 이 활동을 하다 보니 거리에 청소가 몸에 익숙해졌습니다. 방범대원에게 주워진 임무는 안전이 제일이라 생각됩니다. 도로에 달리는 자동차와 특히 싸이카들 참 위험하다는 것을 많이 봅니다.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무법자들 틈으로 건너는 어린 학생들과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보호는 노란 조끼 입은 저의 방범대원들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식들은 외지에서 각자 살다보니 손들은 일년에 몇 번 만나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지도 보살펴 주지도 못한 것이 지금 와서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활동을 하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거기다 저학년 학생들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도우면서 손주들한테 못해준 것을 해 줄 수 있어 뿌듯합니다. 내가 근무하는 주변에는 중고등학생이 많습니다. 몰래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있으면 손주들한테 나무라듯이 충고해 줍니다. 요즘 세상에 아이들에게 충고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노란 조끼를 입으면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는 의무감이 생기고 용기가 납니다.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지를 하면서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이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노란 조끼를 함께 입고 함께 일하고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움직이다 보니 활동이 늘어 신체 건강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정신건강에 특효약입니다. 제가 받는 지원금은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이 돈으로 나이 들어 자주 고장나는 몸을 치료하는 데도 쓰고 친구들과 함께 비싼 것 아니지만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집에서 멍하게 하루를 보냈을 것입니다. 저에게 노란 조끼는 제가 아직도 사회 구성원이고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저는 제 건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이 조끼를 입고 싶습니다.

진주서부시니어클럽 하대지역 하 정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