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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김인우-카페 Re_봄(서부도서관)[2022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수기 공모 출품작]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22-12-16 14:08:41 | 조회수 : 208

인생도 커피처럼



커피가 쓰다 인생처럼

커피가 쓰다고 해서 커피를 마시지 않을 것인가?

인생이 쓰다고 해서 살기를 마다할 것인가?

 

그래서 커피에 얼음도 넣고 시럽도 넣고 설탕도 넣고 우유도 넣고 거품 한 스푼도 올린다

인생도 마찬가지

쓴 인생에 얼음같은 눈물 섞어 희석시키기도 하고 달콤한 시럽 한 방울 넣어 웃기도 하고 부드러운 우유 한 스푼 거품같은 희망을 얹어 마시는 것이다

 

그러면 내 온 몸 세포 사이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더 달콤하고 유혹적인 커피 향에 매료되어 쓴 커피를 매일 찾듯 우리는 또 쓴 인생 맛도 잊어버리고 매일 길을 간다

 

카페 리봄에서 일한 지가 벌써 2년이 넘어간다

내 인생에 다시 봄이 찾아 왔을까

2년이 지나는 동안 물리적 나이는 더 들어버리고 내 몸은 더 늙어버렸다

 

도서관 계단 올라가는 길이 더 숨이 찬다

그러나 심리적 나이는 더 어려졌다고 믿고 싶어진다

불과 일 주일에 2-3번 가는 곳인데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취미로 하든 생계로 하든 무엇이든 지겨워지고 힘들어 질 때가 있을 법 한데 무작정 가는 날이 기다려지는 건 무엇일까?

2년이 지났다고 해서 우리가 날고 기는 지경에 이런 것은 아니다

레시피를 외운다고 녹슨 머리를 아무리 굴렸을 지언정 돌아서면 아차하는 순간도 많다

역시 모든 일은 글로 배우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실감한다

몸이 기억하는 것이 훨씬 오래 간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직업병이 하나 생겼다

어디 카페에 가서 메뉴를 시키고 나서 그 메뉴를 다시금 복기하는 버릇

 

나혼자 그 메뉴를 머리 속에서 만들다 피식 웃음이 나는 경우가 생겼다

아무에게나 감사합니다란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일이 감사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 나이에 생계에 매달려 일하는 사람들을 보니 무척 퍽퍽해 보였다

그런데 우리는 생계도 아니고 취미도 아닌 그 언저리에 있다보니 여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카페 매출이 적으면 의기소침해 지기도 하고 많은 날은 절로 어깨가 으쓱해 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여기를 들러주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이 카페에서 일하면서 얻게 된 가장 소중한 선물은 사람이다

 

여기서 일하는 동료들을 만나면서 이제껏 살아오면서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 서사를 듣다보면 깊은 공감과 배울 점도 알게 되고 내가 아닌 객관적 입장이 되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남은 세월 또 어찌 건너갈 것인가? 깊은 고민도 하게 된다

그럴 때 마냥 우울해지지않고 무의미하지않은 일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이 일이 언제까지 나에게 주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하는 날까지 기쁘게 진심을 다하여 이 일을 하고 싶다

 

그러면서 어줍잖은 결심 한가지

식구들에게 밥을 해 줄 때도 카페에 손님을 대하듯 해보자

감사한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잘 될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