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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심재옥-카페 Re_봄(서부도서관)[2022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수기 공모 출품작]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22-12-16 14:20:23 | 조회수 : 182

샷추가해주세요~~~



연유라떼 아이스 한 잔 주세요. 

오늘 첫손님의 주문에 머릿 속에 되뇌여 본다.

연유 40g에 우유 180g 맛있게 섞어서 얼음 8개 넣고 레또 2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머리 맡에 두고 두고 외운 레시피가 머릿 속을 훑었다. 이제 차분히 손을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일 년 전에는 주문만 들어오면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했는데 지금은 손님들이 와서 어서어서 내가 맛있게 내린 커피를 먹어봤으면 내심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커피집을 보며 까만 커피 한 잔이 국수값을 넘어가는 걸 보면서 아이고 비싸서 어떻게 먹나 싶었다. 까맣고 쓴 커피가 뭐가 맛있다고...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또래의 친구들에게 믹스커피와 닮은 달달한 바닐라 라떼를 추천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속을 뻥 뚫기도 한다.

 

일 년 전 덜덜 떨며 준비했던 커피는 환갑을 넘은 나에게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커피에 대해 알고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아침 일찍 나간 학원 맨 앞줄에는 내 자식보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배웠다. 커피의 재료인 원두 종류는 다양했고 볶는 정도에 따라 맛도 달랐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머리를 싸며 쥐었는데 덕분에 커피에 대한 상식을 많이 알게 되었다. 실습 시작을 하며 내가 내린 에스프레소의 향을 느끼고, 카푸치노에 올릴 스티밍한 우유를 조심스레 떠올렸다. 추운 겨울 땀을 흘려가며 함께 배우는 사람들과 서로 커피 향을 칭찬하며 원두를 내려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몽글거리는 우유 거품이 잔에 예쁘게 안착하도록 연습했다.

 

마침내 내 카푸치노에는 하트가 이쁘게 피어났고 다시 카페 Re 봄에 들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하트는 서툴러서 매니저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맛도 있고 예쁜 하트 커피를 손님에게 주고 싶다.

 

카페 Re 봄의 다양한 메뉴는 기본 레시피에 손님의 다양한 입맛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 진한 커피를 원하면 샷을 추가하고 단 맛이 싫다면 시럽양도 줄일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커피집에 많은 걸 이해를 못했다면 지금은 이해한다. 본인이 원하는 음료를 맛있게 먹으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는 것, 단순한 음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휴식처가 된다. 원하는 음료를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나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많아 집에만 있기보다는 나는 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 것을 위해 노력했다. 노인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커피에 대한 공부를 내가 선택해 시작했고 자격증도 취득 할 수 있었다. 자격증을 기반으로 카페에서 새로운 음료들을 배우고 서로 도우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야 할 시간 중에 지금 가장 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동안의 다양한 선택지 중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어서오세요.
내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카페 리봄입니다.
당신의 삶도 당신의 행복한 선택과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