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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김인갑-실버방범대 [2022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수기 공모 우수상]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22-12-13 16:25:33 | 조회수 : 323

우리들은 움직이는 CCTV

사람이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놀고 있는 상태에서의 무료함이란 직접 겪어 보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다. 열심히 일할 당시에는 좀 쉬고 싶고 놀고 싶기도 했겠지만 막상 모든 일을 내려놓고 할 일이 하나도 없어졌을 때 자고 나면 아무 할 일이 없다고 생각될 때 그 허무하고 무료함이랑 이루 말할 수 없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야 파크골프나 게이트볼 같은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한 푼이 아쉬워 그런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 그래서 가끔 가까운 등산도 가보고 공원에 산책도 해보지만 그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시행하는 진주 서부 시니어 클럽을 알게 되어 실버 방범대 활동에 지원서를 내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 전화 연락이 왔다. 활동을 해보겠냐는 전화였다. 나는 즉시 할 수 있고 하겠다고 대답했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이었는가 젊은 때는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동이 나이 많아 늙어서 일자리가 생긴다는 소식에 나도 이제 시간 맞춰서 일하러 나갈 수 있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나도 모르게 축 처져 있던 의욕이 새로이 솟구치는 느낌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대화하고 일한다는 생각에 설렘 반 기대 반 첫 출근을 했다. 나름대로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조장님으로부터 체온 체크를 하고 준비 운동을 하고 시간에 맞춰 각 2명씩 한 조로 맡은 구역에 활동에 들어갔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걸어서 누비며 구석 구석을 살피는 일이다. 걷다가 보니 자연히 운동도 되고 일상 잡념도 없어지니 여러 가지 차원에서 참으로 좋은 일이다. 또 다른 분들의 인생사 이야기를 틈틈이 듣다 보면 나만 힘들게 살았는가 싶었는데 다들 열심히 살았고 힘든 역경을 이겨낸 훌륭한 사람들이다.

평소 나이가 많으신 노인들의 역할에 대하여 그저 예사롭게 생각했는데 (별로 쓸모없는 인생)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실버방범대 활동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이 활동을 해보니 우리들은 돌아다니며 움직이는 CCTV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동네 구석 구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 살피고 있으니 이와 같이 중요한 역할이 어디 있으랴.

음으로 양으로 방범에 크게 이바지함을 확신하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이와 같이 우리들의 활동 역할이 가볍지 않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활동 시간 내내 조금씩 긴장을 하게 된다. 젊은 시절 군에 가서 경계를 설 때 사주 경계가 생각나기도 해서 젊은 시절을 회상해 보기도 한다.

이 활동을 하면서 매일이 새롭고 활기가 넘치게 되었다. 자고 나면 일기 예보부터 먼저 보는 습관이 생겼다.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활동을 못 하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분들의 안전을 위해서 내리는 조치이지만 어떤 때는 조금 서운하고 아쉬울 때도 있다. 얼마든지 활동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말이다. 그러나 나보다 건강이 안좋은 분들도 있기에 사무실에서 안전을 위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내리는 조치인 줄 믿는다.

실버방범대 활동을 통하여 건강에 도움이 되고 정신적으로 책임감과 긍적적인 사고 남을 배려하고 서로 협동하는 마음 가짐을 갖게 되니 참으로 좋다.

특별히 우리 조장님은 매사에 원칙적으로 철두철미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으로 모든 조원들을 원만하게 잘 이끄신다. 덕분에 우리 조원들은 한 형제자매처럼 화기애애하다. 그러므로 늘 활동시간이 기다려진다.

늙어서 아무 곳에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무엇이든 맡겨 주시면 무난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힘이 솟아 나는 것 같다.

실버 방범대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고 맡겨 주신다면 우리 동네 움직이는 CCTV 역할을 확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해본다.

감사합니다.

평거동 실버방범대 김인갑